친밀하지만,
전시 소개
오늘날 인공지능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적 도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정보를 탐색하고 업무를 보조하는 기능을 넘어, 인간의 사고와 감정, 창작의 과정 깊숙이 개입하며 새로운 관계의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창작자에게 AI는 하나의 보조 장치를 넘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사고를 확장시키는 협업자에 가까운 존재로 작동한다. 작가 역시 작업 과정 속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미지를 구상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때로는 감정을 언어화하는 과정에서 AI는 빠르고 즉각적인 반응을 제공한다. 그것은 사람과의 대화보다 효율적이고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작가는 미묘한 딜레마를 경험한다. 인간과의 느리고 불완전한 소통 대신, 언제든 응답하는 비인간적 존재에게 점점 더 많은 사고와 감정을 의지하게 되는 상태. 이번 전시는 그 양가적인 감각에서 출발한다. 작품들은 AI를 미래적이거나 기계적인 이미지로 직접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피부, 얼굴, 손, 균열, 빛과 같은 감각적인 요소들을 통해 인간적인 것 안으로 서서히 침투한 비인간적 구조를 드러낸다. 화면 속 반복되는 피부의 패턴과 분열된 초상은 AI가 인간의 감정과 표정을 데이터로 학습하는 방식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인간 역시 점차 정형화된 언어와 감정을 반복하게 되는 상태를 암시한다. 특히 작가의 회화는 설명적인 서사보다 정서적 분위기와 미세한 감각의 흔들림에 집중한다. 흐릿하게 번지는 화면, 조용한 색조, 반복되지만 완전히 동일하지 않은 형태들은 인간과 AI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호한 친밀감과 낯섦을 동시에 드러낸다. 작품 속 존재들은 완전한 인간도, 완전한 기계도 아니다. 그것들은 인간을 학습하며 인간을 닮아가는 존재처럼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인간 스스로가 비인간적 시스템 안으로 천천히 동화되고 있는 상태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전시는 기술 발전에 대한 단순한 찬양이나 비판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AI를 통해 더 풍부한 사고와 창작의 가능성을 경험하면서도, 동시에 그 편안함 속에서 점차 인간적 관계와 감각이 변형되어 가는 순간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연결은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외로워지고 있는가. 그리고 인간다움이라는 감각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 남게 될 것인가. 작가의 작업은 이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안정한 감정의 층위를 하나의 회화적 풍경으로 펼쳐 보인다.
- 기관·창작자
- aqy
- 보존 시작
- 보존 종료
- 공개 카탈로그 작품
- 10점
공개 카탈로그 작품 일부
- 점점
- 학습
- 자화상
- 균열
- 침식
- 인공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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